하나투어문화재단 이상진 디렉터
“누구나 여행할 권리가 있다”
여행만큼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여행은 쉼과 여유, 영감,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얻게 해준다.
이런 여행을 업으로 삼으며 여행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활동을 독보적으로 벌이고 있는 하나투어.
일선에서 하나투어만의 CSR 철학을 실천하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꿈꾸는
하나투어문화재단의 이상진 디렉터를 만나 여행과 예술 그리고 사회적 우정과 책임에 대해 들어보았다.
여행산업 분야에서 문화재단을 설립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기업은 하나투어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요.
재단 설립 과정과 하나투어의 CSR 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하나투어는 ‘하나 되는 지구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업계 최초로 2010년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CSR팀을 신설했으며, 이를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17년 하나투어문화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누구나 여행할 권리’라는 미션 아래 문화관광산업과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행산업계에서 CSR팀은 예외적이고 문화재단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기업에서든 CSR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경영자가 바뀌거나 방향성이 바뀌어 좌초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문화재단 이전에 CSR팀이 회장님 직속으로 있을 정도로 박상환 회장님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가 강하셨습니다. 문화재단의 확장성을 제안했을 때 충분히 고민해주시고 선뜻 해보자고 하셔서 바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투어문화재단은 여행과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독보적이고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희망여행 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경제·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문화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여행과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상과 콘텐츠별로 이름이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연계해 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한부모 가족 8팀과 ‘가족 愛(애)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구별여행학교’는 여행을 가서 본인의 비전과 목표, 꿈을 함께 얘기하고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포함합니다. 주변과 사회의 복지를 위해 애쓰지만 오히려 감정노동으로 지친 사회복지사들이 여행을 떠나는 ‘사랑하랑’이라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아주 특별한 허니문’은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새터민, 다문화 가족 등이 신혼여행을 떠나는 프로젝트인데 여행지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와이, 세부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렸는데 제가 턱시도를 입고 사회를 보기도 했지요. (웃음)
사회복지에서 문화예술로 확장된 형태가 이번에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추진한 ‘COA Project’입니다. 아티스트와 여행하며 거기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전시하고, 나아가 굿즈 개발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투어 챌린저’를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합니다. 40여 국가가 참여하는 다문화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도 운영하고요. 하나투어 임직원 가족, 협력사 직원, 다양한 NGO 단체들과 협력하는 ‘하나투어 희망 봉사단’도 있습니다. 2018년에는 새롭게 ‘GW’(Goodwill for the World)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근거하여 환경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을 탐방하고 설루션을 내는 사업입니다. 인문학자, 건축가, 수중촬영 전문가, 광고 전문가 등 10명이 해수면 상승 이슈가 있는 팔라우에 방문했고 관련해서 출판까지 할 계획입니다.
1. 무이네 여행 사진.
2, 3. 우정수 작가의 드로잉.
‘서울과 다른 시간과 공간: 베트남 무이네’ 예술가의 여행법으로 만나다
하나투어×서교예술실험센터 협력사업. 문화예술희망여행 <COA project: 사막, 요정, 샘>
- 기간
- 2019년 1월 9일(수)~2월 24일(일) 매주 월요일·공휴일 휴관
- 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 기획
- 오석근
- 작가
- 강지윤, 고등어, 구은정, 김경호, 박수지, 두이, 두콩, 오석근, 우정수, 이주영, ARTINA, 래빗온
- 내용
- 여행 전문 기업 하나투어와 문화예술 전문 지원기관 서울문화재단(서교예술실험센터)의 협력 프로젝트이다. ‘서울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주제로 예술가 12인(팀)을 선정하여 지난 11월 국내외 여행을 진행했다. 서울에서 가장 빠른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홍대 앞과 그와는 정반대의 시공간을 지닌 베트남 무이네(사막, 바다 등)를 여행하고, 그 여정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신작을 제작해 선보인다.
- 문의
- 서교예술실험센터(02-333-1551)
여행을 통한 사회공헌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은 것 같습니다. 그 확장성과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요.
여행에 대한 디렉터님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여행이 꿈과 희망과 행복을 파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가까워오며 여행은 기본권이 됐어요. 1989년 여행 자유화 이후 여행산업은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여행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던 웹 1.0 시대를 지나 웹 2.0, 웹 3.0 시대가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도 많이 해소되고 경험도 축적되어 패키지여행은 다양화되고 개별 여행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보통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가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여행 같아요. 2017년에 약 2,650만 명이 해외를 나갔습니다. 우리 인구가 5,200만 명 정도인데 절반 이상이 해외에 나갔다는 얘기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여행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 권리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분석한 자료를 보면 신규 유입보다 재방문이 더 많거든요.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계속 없어요. 얼마 전 남해의 섬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섬을 벗어날 기회도 별로 없었더라고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자기가 꿈꾸는 세상은 얼마큼인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조차 힘들죠.
여행은 기본권이란 말이 인상적입니다. 여행을 통한 경험의 확장과 동기 부여의 가능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디렉터님 개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을 바꿀 만한 여행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번의 여행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면 옛날엔 10~20%만이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요즘엔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하겠죠. 최근 7~8년 사이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마 제가 그 희망의 증거겠죠. 저는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허무함을 느끼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 훌쩍 여행을 떠났어요. 미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졸업 작품이 중요한데도 그 시기에 무작정 여행을 갔죠. 한 달 반 정도 캐나다 동부를 돌면서 많은 변화를 느꼈어요. 색맹들도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나 초등학교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에서 평등과 공평함 등 책에서만 배웠던 것들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죠. 여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광고회사나 대기업의 디자인실이 아니라 하나투어에 입사했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저는 여행을 통해 인생이 바뀐다고 확신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면 현실은 똑같아요.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한데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1° 정도 바꿀 수 있어요. 그렇게 1년을 살고 2년을 살고 5년, 10년을 산다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여행이 조금씩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죠.
여행을 통해 인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으시네요. 디렉터님은 하나투어문화재단을 총괄하시면서도
대부분의 여행에 직접 참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COA Project로 12명의 시각 분야 예술가들과 함께 베트남 무이네도 다녀오셨는데요.
서울문화재단과 추진한 COA Project는 COA, 즉 민(Corporation), 관(Organization), 예술가(Artist)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11월 초 12명의 시각 분야 예술가들과 베트남 무이네에 다녀왔지요. 무이네는 사막, 숲, 샘, 바다 등 다양한 자연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예술가들이 많은 영감을 받고 작품을 제작해 1월 9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이란 이름으로 전시를 엽니다. 예술가들이 무이네에서 받은 영감과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으실 것 같은데요.
과거 COA Proejct로 미얀마, 치앙마이, 발리에 갔을 때 저도 객원작가로 세 차례 참여했어요. 제 아이디가 ‘크리에이터 상진’이라 ‘크상’이라는 작가명으로 참여했죠. 예술가들과 같이 여행을 하고 전시도 참여하면서 그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공감했죠. 삶의 자세를 1° 정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참여한 예술가들에게는 여행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기대했던 바가 있으셨나요?
처음부터 결과물에 대한 부담 없이 최대한 즐기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프로젝트였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보내준 것이지 출장을 보낸 것은 아니니까요. (웃음) 첫 번째는 여행을 통해 내적, 외적으로 경험을 넓히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다른 장르의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긍정적인 자극을 얻으며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의 영감으로 만든 작품을 활용해 굿즈나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예술가들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여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한 예술 활동, 나아가 예술가의 자립 등 선순환 구조까지 고민하시고 있으시네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민간 기업의 입장에서 소외계층의 여행을 지원한다는 것만으로도 CSR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죠. 여행 기회를 제공해 마음 밭에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가능해요. 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잡초가 자라나지 않게 하는 것, 그 자리에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민간의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어요.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 제도 등 공공의 영역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누구나 여행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게 하기 위해 나무 심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입니다.
글 이현아 서울문화재단 메세나팀장
사진 최성열
사진 제공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문화+서울 1월호'에서도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