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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레터

함께 달리는 당신의 다리는 백만불 짜리 입니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에밀자토페크

 

(마라톤 번호표)

 

고로 우리는 달린다!

내인생의 5km,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신이 정해주는 메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금메달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청운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 내 인생의 첫 마라톤 레이스 입성기  

사람들은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보편적으로,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또는 장거리이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절대적으로 인내가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마라톤이 인생과 닮은 이유는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린 다는것과 한계의 극복이,무한 반복이라는것 그리고 결승점에 도달 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방향이 잘못됐다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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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만이 오늘을 성취한다.

순위도 기록도 아닌 오직 함께 하는 완주가 오늘 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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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체조 시간)

 

바람도 풍요로운 토요일 아침 제 24 회 바다의날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여의도 너른 들판 하나투어 희망 봉사단와 청운 보육원 아이들은 미리 받은 바다색 티셔츠를 입고 하늘을 향해 몸도 마음도 스트레칭 중이다. 처음으로 5km 라는 거리를 뛸 생각에 설레임 반 걱정이 반인데, 오히려 아이들은 서로의 팔을 잡아 당기며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문득 학창시절 체조 시간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라진게 있다면 내 옆에 짝꿍은 그대로 인데, 나만 어느새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 도와주며 번호표를 부착)

 

바람이 매서웠던 2월 부터 매달 보라매 공원에서 '마라톤' 특강 부터 실전까지 예행 연습을 하며 트랙에 흘린 아이들과 나의 땀방울이 '완주' 라는 상징적인 금메달로 돌아오길 바랬다. 처음 보라매 공원에서 실전 연습을 하던날, 빨리 뛰어 보겠다며 욕심을 내다가 지쳐서 차가운 바닥에 뒹굴기도 했었고 내가 과연 5Km를 완주 할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잠시 후회 했던 시간도 있었다. 마라톤은 보는것 처럼 뛰기만 하면 되는것이 아니라 페이스 조절과 러닝자세 그리고 체력분배, 복장, 호흡법 등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희망봉사단과 아이들은 2인 1조 혹은 3인 1조가 되어 오늘을 위해서 뛰고 또 뛰었다.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의지가 되는 누군가가 함께 일땐 두배의 기쁨,아니 열배의 기쁨이 된다.

청운 우악 마라톤 5Km 도전기! 아이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단련 하는 시간!

행복한 달리기를 위해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연습하는 동안 함께 먹고 뛰고 넘어지고 일으켜 주던 기억에 가슴이 콩닥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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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함께 뛰고,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말보다,밀도 있는 공감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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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보육원 아이들과 하나투어 봉사자들의 인연은 2009년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10여명의 초고학년,중학생 아이들과 매달 활동중이며 연간 하나의 테마가 정해지는데, 올해의 테마는 마라톤 이다. 상반기에는 5km 도전, 그리고 하반기에는 10km 도전 예정이다.

왜? 마라톤 인가, 왜 우리는 함께 뛰는가? 누구나 영혼이 지칠때 꺼내보는 나를 움직이는 명언이 몇개는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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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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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가끔은 되돌아 본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나만을 위한 자격증 인생을 위해서 달려 왔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물리적 환경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이길수 있는 사회적 편견, 차별 등을 묵인 했을수도 있다. 올바른 삶의 방향이란 편견과 차별이 없는 나눔 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보편화되는 삶의 추구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그 '우리' 라는 편견을 묵인 하는 사람이 되어 있진 않을까? 삶의 방향성을 자주 되짚어 본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힘이 없다. 가치는 실천으로 부터 시작된다. 하나투어의 희망 봉사단은 나눔을 실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보육원 아이들뿐 아니라 봉사자들에게도 재능나눔, 희망 나눔, 지쳐서 넘어졌을때에 서로에게 '할수 있다'라는 신뢰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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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너는 무한한 가능성이야

꼭 해주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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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손잡고 뛰며, 의지해가면서 걷는 모습)

 

틈틈이 연습을 했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실전은 연습과는 다르다.

나에게 주어진 길은 넓은 편이 아니라서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리기가 쉽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가기 또한 어려웠다. 슬쩍 지쳐가는 나를 보며, 짝꿍인 청운소년은 나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 주었다. 우리는 연습때 처럼 눈으로 응원해주고 그 짧은 순간에 백마디의 말보다,밀도 있는 공감을 나눈다.

소년의 풀어진 운동화 끈에 눈이 갔다. 잠시 멈춰서 아이의 운동화 끈을 질끈 묶어 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길위에서 이 끈은 또 풀어질테고, 아이는 수없이 넘어질 위기가 오겠지만, 하나투어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일회성 아닌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교감한다면,어린 친구가 세상을 나아가는데 응원의 힘이 될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체 사진)

 

인생에도 마라톤에도 발걸음을 맞추어 주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줘야 할 친구가 필요하고 선배가 필요하다.

소년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날 우리는 5Km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잊지 못할 선물은 바다의날 마라톤 참가 기념, 멸치 한봉지와 완주 기념 메달, 간식으로 주어진 크림빵 그리고 '청운 친구와 함께' 뛰었던 기억이다.

그날의 한강은 바다처럼 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