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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지속 가능한 일상과 여행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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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편견과 오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머리와 가슴을 백지로 만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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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원주민 ‘아이따 부족’의 아이들



[Made in Towerville]


생애 첫 필리핀이었다. 30리터 배낭 안에 구겨 넣은 짐들 사이를 기대로 한껏 채워 넣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이번 여행에 함께할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업무를 마치고 공항으로 퇴근했다는 그들의 눈빛은 조금 지쳐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의 이륙 신호와 함께 그들은 곧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다가올 여행 때문이다.

여정의 본격적인 시작은 숙소가 있는 클락에서 벗어나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에 걸쳐 ‘불라칸주 산호세델몬테시’에 위치한 ‘타워빌(Towerville)’로 이동했을 때부터다. ‘타워빌’은 2002년부터 시작된 필리핀 정부의 부문별한 도시 개발과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도시 빈민들이 강제 이주해 조성된 공동체 마을이다. 당장 먹고 사는 일부터 막막했을 무렵, 주민들은 ‘사단법인 캠프’와 만나게 된다.

2007년 국제개발 NGO로 시작한 ‘(사)캠프’는 현지 법인의 설립을 비롯해, 갖은 노력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재까지도 타워빌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일시적인 혜택이나 원조의 형태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 자립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던 만큼, 모든 사업의 핵심가치를 ‘지속 가능성’으로 삼았다.

10여 년의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 약 240여 명이 일하는 봉제센터, 친환경 양계 사업이 순조롭게 운영 중이다. 이는 2014년부터 하나투어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진행하는 ‘에코희망여행’과 함께하게 되었고, 현지 사정을 이해한 ‘에코희망여행’의 적정 기술은 타워빌의 적재적소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마을을 돌며 봉제센터와 양계장 등을 답사한 뒤 지역 고등학생들과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EL 와이어’를 이용한 전광판 만들기, 지역 쓰레기 문제 해결책 고민 등 현장에서 다양한 미션을 진행했다. 타워빌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오랜 삶의 터전에서 자신들의 전통과 순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아이따 마을’의 사람들
태양열과 수력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립에 관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아이따 마을
아이따 마을 아이의 웃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이튿날, 대대로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Aeta) 부족’을 찾았다. 가장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넓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이었다. 맑은 하늘 덕분에 마을 곳곳에 태양열 가로등과 태양열 전광판이 놓여 있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슈마허가 주창한 ‘적정 기술’*을 통해 아이따 부족은 부족함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듯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밭을 일구고, 밥을 짓고, 축구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사람들은 태양열 에너지와 함께 이제 밤에도 더 자유로워지게 됐다.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해 주기 위해 미디어 기기를 설치해 주던 우리는 그들이 지켜 온 순수한 정신세계가 자본에 오염되지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했지만, 그 마음의 근본이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데 있으므로 그들도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은 모두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 적정 기술 : 주로 개발도상국 지역의 문화적, 정치적, 환경적 면들을 고려해 삶의 질 향상과 빈곤 퇴치 등을 위해 적용되는 기술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애쓰는 '에코희망여행' 참가자들
에너지 자립 마을 '타워빌'을 답사하는 '에코희망여행' 참가자들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


[여행과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


이번 여정을 통해 여행이 가진 ‘놀라운 힘’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 일상을 움직이는 여행의 힘. 단 한 번의 여행이더라도 되돌아왔을 때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기를 언제나 바라 왔었다. 그래서일까. 발 딛고 사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좋아하는 것조차 좋아할 수 없게 됐을 무렵, 보통의 여행과는 조금 다른 ‘에코희망여행’을 통해 필리핀을 밟게 됐고, 결과적으로 나는 여행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한국에너지공단과 ‘에코희망여행’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결합하는 데 함께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기술력 있는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에너지 고갈 지역을 방문한다. 그뿐만 아니라 실행 가능한 에너지 아이디어를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이번 기회로 에너지의 중요함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겪었던 에너지의 절실함을 잊지 않는다면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 아닐까. 아이따 마을에서 만난 넓은 하늘과 포근한 구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타워빌에서 만난 희망과 행복도. 에코희망여행이 지속 가능하기를 응원한다.

2019 에코 희망여행 단체사진

 

하나투어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여행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가치를 결합해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19년 9월20~24일 필리핀 타워빌과 딸락을 여행했으며 에너지, 친환경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12개의 사회적 기업들이 참여해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트래비-하나투어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 글 · 사진 : 장보영 독자기자 

▶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 에코희망여행 후기 보러가기 (클릭)

 

*독자기자 장보영은 스물다섯 살에 처음 오른 지리산에서 하늘과 바람에 매료됐고, 이듬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사계를 걸으며 생의 순수와 열정을 만났다. 산악 잡지와 문화 잡지를 만들며 10년을 보낸 그녀는 <트래비> 독자기자로서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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