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레터

[COA Project] 충남 그리고 팔라완 탐방기(팔라완편)

계절을 가로 질러 도착한 필리핀, 필라완

난 미로의 또 다른 방문을 열었다.

 

 

 

어느 새 내손에 쥐어진 파란색 패키지의 코코넛 음료수,

이것은 필리핀의 도착을 그리고 내가 미로의 또 다른 방으로 입장했음을 암시했다.

시간의 턱을 넘어, 꽤나 아름답기로 소문난 무인도,

팔라완의 혼다베이에서 호핑의 시간이 첫 스케줄이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수학여행 버스를, 그리고 또 다시 배를 타고 혼다베이로 이동했다.

 

'무심히 던져져 박힌 가지 하나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는 어쩌면 자연이 삶에 보여주는 기적의 예시'

 

-맹그로브숲

 

 

하늘로 치솟거나 바다에 잠기거나,

기회의 신 '카이로스'도 울고 갈, '다시' 라는 시도가 내 뒤에서 언제나 기다려 왔음을.

 

 

 

물을 좋아하지만 수영을 못하는 나는 이십 년도 더 전에 스노쿨링을 시도하다가, 가로로 바다 위에 둥둥 뜬 반 시체가 되어 그야말로 '저 바다에 누워' 울부짖었다.

그러니 이 호핑투어가 달갑지 않음을 넘어서 공포의 순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모두들 즐기는 사이 짐이나 지키는 이모가 될것이냐,

남들도 다 하는 그놈의 스노쿨링, 다시 한번 도전해 볼 것이냐,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고 시간은 가끔 기억에게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난 '다시' 라는 시도를 선택했다.

 

 

헬로우, 대왕 조개

발견의 여정은 길었지만

나에겐 새로운 눈이 생겼고,

새로운 바다가

생성되었다.

 

 

 

패션 테러 주범인 구명 조끼를 입고 파란호스가 아가미가 되어 호흡하고, 여전히 발은 닿지 않는 바다이지만

그날은 무슨 기적인지 두려움이 없었다.

처음으로 들여다 본 바다의 내면은 영화 '어비스'의 광나는 심연은 아니었지만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는 김장통 만한 대왕 조개가 반갑고 다정하기 이를 데 없다.

비록 물개 도우미분이 끌어주는 튜브에 매달려 바다 속을 구경했지만, 그날의 첫 경험, 그 성공의 맛을 잊지 않으리라...

 

 

낡은 사다리, 좁은 돌 구멍,

밀림같은 그곳은 현명한 뱀처럼 통과해야 한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 우공락트래킹, 짚라인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될수 있다.

 

 

 

왜 실장갑을 주고 안전모를 쓰라고 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상상하든 돌산에 난 구멍은 그 상상보다 더 작고 굴곡지고 까끌하다. 점심은 조금만 먹는건데, 라는 후회가 저절로 들 만큼 다양한 난이도 덕분에 '우공락 어드벤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매우 본능에 충실하게 이 역경을 뚫고 오른다. 일단은 기를 쓰고 올라 본다, 왜냐하면 짚라인을 타고 하늘을 날아야 하니까 말이다.

 

 

시도가 준 선물,

그것은 '자신감'

 

 

짚라인에 몸을 매달고 떨어지기 일보직전,

안전 장치를 만번을 둘러 맨다 해도, 두렵고 떨리는 가슴까지 고정 시킬 수는 없없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어요~!!!!”

바람을 가르며 뛰어내리는 순간, 동지들에게 우스개 농담을 던지며, 눈은 감지 말고 꼭 뜨고 날아 보리라...라는 다짐을 했더랬다.

기어 오르고, 돌 구멍에 끼이고, 급기야 허공으로 몸까지 던져야하는 나의 우공락 어드벤처, 시작의 순간은 두려움과 설레임이고, 결과는 성취감과 더운날 온몸으로 흐르는 땀이었다.

 

 

 

'함께'라는 지지대 와 '동지'라는 안전망

이것이 나를 발이 닿지 않는 물 속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게 했고, 빨간 망토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했다.

무심하고도 끈끈한 관계의 간극,

누구나 보폭은 다르지만, 서로를 맞춰줄 수 있는 배려,

함께 걷는 시간이 좋았던 사람과의 기억은 오래간다.

 

예술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팔라완 현지 아티스트들과 솔직한 예술 이야기를 나누다.

말보다 그냥 가슴이 통하는 순간.

 

 

 

'아트온더무브' 현지 아티스트 그룹은 작가의 작업과 함께, 예술의 관한 가치관, 그리고 지난 행보,

아직 팔라완에 갤러리나 콜렉터가 없는 어려운 실정에 대해서 토로했다.

고무판화와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부터 팔라완의 자랑이자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하강의 풍경화까지 넓은 폭의 작품들을 잠시나마 엿볼수 있었고, 즉흥 경매의 시간도 이어졌다.

- 현장에서 라이브 퍼포먼스

 

 

 

경매를 통해 더욱 친밀 해지는 시간,

예술은 말보다는 Feel이 먼저 통해야 하는 것,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되고, 무엇이 되어줄 수 있는 지, 같은 길 위에서 있는 공존의 동지들이 어디 우리들 뿐인가 말이다.

'예술은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길이고,

찾고자 하는 이에게는 눈이라고 난 믿는다.

미학은 빈곤을 극복한다'

예술가인 '브루노 무나리'의 문장인데,

현실적인 빈곤, 그리고 늘 고독해야 하는 상징적인 빈곤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 그 틈새에도 꽃은 피더라.

이화익 개방형 교도소 에서 만난

예수님의 초상

 

이화익 개방형 교도소는 강당에 들어서면,

재소자들이 춤을 추며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상을 초월 하는 곳이다. 비가 하루종일 멈추지 않았던 그날, 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벽화를 그리던 사람들,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던 사람들.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죄목에 따라서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다는데, 가장 큰 죄가 오렌지색, 중간이 파란색, 그리고 황토색을 입는다고 한다.

파란 옷을 입은 청년이 작품을 들고 나와서 보여 주길래,

어떤 기법인지 보여 달라고 했다.

너무 낡아서 불이 날 것만 같은 열선으로 나무판 위에 예수님의 초상을 녹여내고 있었다.

 

 

오래 전 건건지 광고 속의 춤추는 로봇처럼,

멈출 수 없는 본능처럼 '예술'은 그런 것인가 싶었다.

예술가 동지들이 준비해간 미술 재료 등을 전달하고,

춤을 추는 그들과 흥겹게 강남스타일을 불러 보아도

돌아서는 마음은 웬지 모를 쓸쓸함에 그늘이 진다.

그런 와중에 해맑은 동지 한분이 이런 말을 한다.

“여기 있으면 작업은 진짜 많이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이화익 교도소가 너무 좋아보였나 보다.

그런데 여기 교도소 거든~!!!!!

 

 

만약 일주일 동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늘에 남아서 바쁜 현실에 살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선택을 할 것인가?

수학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 했다.

담고자 했던 노을은 내 머리 위에서 매일을 지고 있었을 텐데 새삼 그 아름다움을 담겠다고 달려온 곳엔

스콜이 나를 반겼다.

 

 

분홍색 코스모스를 가진 가을을 떠나와서 만난건 여름이였다. 따듯한 바다를 건네준 여름과 헤어지고 돌아왔을때 나를 기다린 건 가을이 아닌 겨울이었다.

 

계절은 또 그렇게 가로질러 나를 다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삶은 미로이기에 우린 늘 헤매지만 결국은 멀어진 초심과 함께 귀환시킨다.

여행은 오랜시간 적립해온 건강보험보다 더 긴 장수를 보장한다. 게다가 추억은 자동미화기능까지 장착되어 있으니 이자까지 따블이다.

굴뚝으로 내려오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순간, 우린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될 수록 내가 경험한 좌절의 두께만큼의 벽을 만들어 우린 방어 인생을 산다.

COA project는 예술가들에게

방어막을 해제 하는 시간 여행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꼭 굴뚝으로만 다니는 것도 아니며,

빨간 털옷만을 입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란 것을 알았다.

 

 

 

COA project 색(色), 빛과 어둠의 이중주(Colors, A Duet of Lightness and Darkness)' 
전시는 12월 18일 부터 23일 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인영 갤러리에서 열린다.

 

같은 것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 지 결과물을 보기 전에는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청청한 시간 속에서 순수의 시각으로 보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가니까,

 

 

글·사진 린케이
린케이 작가는 뉴욕에서 순수미술과 주얼리를 전공하여 베라왕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오브제, 페인팅, 주얼리 등을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이번 '2019 COA Project 색, 빛과 어둠의 이중주'의 참여작가로 함께 했다.

 

 

 

▶ [2019 COA project] 색(色), 빛과 어둠의 이중주_소개 바로가기 >> 클릭

▶ [2019 COA project] 색(色), 빛과 어둠의 이중주_전시 보러가기 >> 클릭

 

▶린케이 참여작가의 국내 탐방기 보러가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