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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레터

[COA Project] 충남 그리고 팔라완 탐방기(충남편)

 

세상의 모든 시작은, 지금 문을 열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2019 COA Project 색 , 빛과 어둠의 이중주

 

 

안내 받은 집합 장소는 충남 삽교천,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분주하게 대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일주일 간 이어질 이 특별한 여행은 하나투어와 충남문화재단이 기획한, '문화예술희망여행 COA project’ 이다.

'몇 학년 몇 반' 대신 '예술' 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열다섯 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이 '공동체'가 되어

'색(色), 빛과 어둠의 이중주'라는 주제로 

충남 일대와 팔라완까지 섭렵하는 예술 소풍인 

COA project

새로운 호흡을 위해 난 문을 열었고, 길 위에 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참 하기 싫고 못하는 것 중 하나인,

“안녕하세요, 저는 오브제 아티스트 린케이입니다.”

어색한 자기소개를 몇 번이나 연습해가면서 말이다.

시작된 공존과 동행,

침묵의 공간,

비우고 절제하며, 바람과 함께 기록되는 풍경.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침묵의 공간1.

첫 도착지는 충남 서산에 바다를 옆에 둔 암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우침을 얻었다 하여,

'간월암'이라한다.

특이했던건 바다를 애워싼 나무 기둥위에 새겨진 보살의 얼굴이다.

꽤 많이 모셔져 있었는데, 무표정하지만 각 다른 얼굴임을 알 수 있었다.

첫날이라 아직은 어색한 공존의 동지들은 

카메라로 순간을 기록하느라 바쁘다.

무엇을 담았을까? 잔잔한 바다를 담을까, 해를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보살의 미소를 담을까,

내 기록 속에서 오늘의 바다는 출렁이고, 질문에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 보살의 미소는 '비움과 절제'로 기억되겠지.

 

 

어느 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묘기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돌탑, 

입을 벌린 동물상에 물려 놓은 동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나무에 다닥다닥 매달린 소원 딱지,

간월암에서 나의 시선을 잡은 건 나뭇가지에 꼭꼭 접어 놓은 천원짜리 지폐 한장,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타인의 소원이 궁금해지는 순간 이다.

때로는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코엘료의 말처럼, 간절함은 우주를 움직일 수 있을까?

나무에 매달인 주인공의 소원은 이루어졌는지 재차 궁금해지던 찰나, 치마처럼 두른 바다 위로 해가 떨어지려고 한다.

“잊지마, 해답은 스스로 찾는거야” 

라고 나에게 말해주던 

 

- 침묵의 공간, 간월암.

 

 

들려오는 종소리와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그때 알았다. 사람도 기체가 되어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을.

 

- 버그 순례길, 신리 성지에서.

 

 

 

신리성지는 조선시대 병인박해 때

신부와 신자들이 순교한 유적지다. 

아픈 시간을 견뎌서일까, 검소하고 단정한 평야가 평온하게 입구에서 안아준다. 

두 팔을 벌린 십자가, 나를 위해 울리기 시작하는 종소리, 나무 한그루, 불어오는 바람 한 점까지도 숭고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예수님을 가진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졌습니다." 

다블뤼 주교가 남긴 말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었다.

 

 

새처럼 조용히 날아든 평화로움과 깊은 안도는, 

공허한 생각, 시각과 사유의 오류에서 떠도는 나에게, 그래서 자주 불안한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걸어온 대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지금처럼 말이야”

기체가 되어 바람과 함께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오후였다.

 

 

빛과 색과 공간이 주는 아름다운 설레임,

오늘 나의 치유는 너다

예술의 존재 이유

- 충남 당진,아미 미술관.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아미미술관, 

초록 넝쿨과 단풍, 교실이었을 전시실, 네모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찬란한 빛,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작은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내가 보였다. 그 아주 작던 아이는 그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지금도 그린다. 이제 삶의 중턱을 넘어서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학교는 언제나 따듯한 추억을 가지고 날 안아준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얼굴을 바꾸어가며, 자기 감정을 숨겨야 하는데 그 내면의 얼굴을 깨진 조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작가 노트를 읽으며,

오늘 나는 몇 개의 얼굴을 가졌을까....궁금했다.

 

 

찬찬히 둘러보는 아미미술관, 구석 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예술은 갈 곳 없는 나에게 늘 치유였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사진 린케이
린케이 작가는 뉴욕에서 순수미술과 주얼리를 전공하여 베라왕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오브제, 페인팅, 주얼리 등을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이번 '2019 COA Project 색, 빛과 어둠의 이중주'의 참여작가로 함께 했다.

 

 

▶ [2019 COA project] 색(色), 빛과 어둠의 이중주_소개 바로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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